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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여성연구 2 - 요정과 구두장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6.10.26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2919
내용

다음 이야기 속에 어떤 지혜와 메시지가 들어 있는지 내면의 아이를 초대하여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요정과 구두장이 - 독일 그림형제의 동화집에서


옛날 옛날에 구두장이와 그의 부인이 매우 가난하게 살았습니다. 그들이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살기는 점점 더 어려워졌습니다. 어느날 그들은 가죽 조각 하나만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구두장이는 실망하지 않고 그대로 앉아 가죽을 조심스럽게 잘라 구두 한짝을 만들었습니다. 저녁이 되어 구두장이는 하던 일을 멈추고 집에 돌아와 부인과 저녁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가게에 왔더니 그 구두가 이미 완성되어 있는 것이 아닙니까! 누군가 밤에 몰래 와서 구두장이의 남은 일을 대신 해준 것입니다. 그는 그 구두를 팔아 가죽을 좀 더 샀습니다. 그리고 새로 산 재료들을 하루 종일 잘랐습니다. 밤이 되자 역시 하던 일을 멈추고 다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다음날 아침, 구두장이는 가게에 몇 켤레의 구두가 완성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의 수수께끼 같은 조수가 다시 온 것입니다. 새로 만들어진 구두들은 처음 것보다 훨씬 더 예뻤습니다. 구두장이는 또 다시 구두를 팔아 가죽을 다시 샀습니다. 그리고 낮 동안 그 가죽들을 잘라놓았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나가 보니 또 가죽 장화와 샌들과 구두들이 테이블 위에 예쁘게 놓여져 있었습니다.

이런 식의 일들이 한동안 계속되었습니다. 매일 밤 구두장이가 가게에 가죽들을 잘라 조금 남겨놓으면 매일 아침 아름다운 구두들이 만들어져 있는 것입니다. 그는 곧 부자가 되었고 그의 멋진 구두에 대한 소문은 아주 멀리 퍼졌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어느 날이었습니다. 구두장이는 부인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를 돕는 사람이 누군지 꼭 찾아내야 할 것 같아. 그래야 그 사람들에게 우리가 감사를 표하지 않겠소!" 부인도 동의를 해서 밤이 되자 구둣방에 몰래 숨어 들어가 초조하게 그들을 기다렸습니다.

밤이 되자 구두장이 부부는 창문으로 두 명의 요정들이 노래를 부르며 뛰어오르는 것을 보았습니다. 요정들은 벌거벗었고 맨발이었지만 외모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그들은 때론 재주넘기를 하면서 춤도 추고 노래도 불렀습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구두와 장화를 만들었습니다. 요정들은 아주 재빨리 일을 마치고는 방안을 빙빙 돌더니 달빛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구두장이외 부인은 자기들이 본 장면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두 명의 요정들이 우리를 도왔네. 우리는 그들에게 무언가 감사의 표시를 해야 해!"라고 말했습니다. 요정들이 벌거벗었고 겨울이었기 때문에 구두장이와 부인은 작은 옷을 만들어 주기로 결심했습니다. 구두장이는 털을 댄 부츠를 만들었고 부인은 따뜻한 양털로 만든 바지와 재킷을 만들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자 그들은 선물을 가게에 놓고 몰래 숨어서 보았습니다. 밤이 되자 두 명의 요정이 다시 나타나서 선물을 보고는 깜짝 놀라 주위를 살펴보았습니다. 바느질할 가죽이나 도구는 없고 선물만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 한 명이 탄성을 질렀습니다. 그는 작은 구두를 집어 신어보았습니다."아!" 다른 한 명도 감탄을 하면서 셔츠와 코트를 집어 입어보았습니다. 옷은 완벽하게 맞았습니다. 요정들은 서로에게 감탄하면서 큰 기쁨으로 춤을 추다가는 다시 달빛 속으로 사라져버렸습니다. 구두장이와 부인은 매우 기뻐서 행복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러나 다음날 저녁이 되자 요정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밤이 지나고 또 지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도대체 우리가 무슨 일을 한걸까?" 구두장이와 부인은 스스로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매우 현실적인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변함없이 다시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조금만 연습을 해도 요정이 만들었던 것과 똑같은 아름다운 구두를 만들 수 있었고 그 부부는 이후에도 행복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 도움말 >

역경에 빠진 구두장이가 요정의 도움으로 마술적인 도움을 받아 행복하게 살게 되었다는 중년부부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구두장이 부부가 요정에게 고마움의 선물을 했지만 요정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게 됩니다. 마법의 힘을 상실하게 된 것이지요.

마법의 상실은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중년의 이야기들에서 볼 수 있는 공통된 주제입니다. 마법의 힘은 요정들에게 있는데 요정들의 특징이 벌거벗었고 모든 금기로부터 자유로웠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젊은이나 아이들의 순수한 영혼을 의인화시킨 것입니다. 마법의 정령들이 사라진 것은 성인들이 <일> 때문에 <놀이>를 포기하고 <책임> 때문에 <순수>를 버리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상징적으로 말해줍니다.

대부분의 중년들은 자신들을 당나귀의 운명과 동일시합니다. 순수와 자발성, 그리고 젊은이들의 자유는 포기한 채 짐만 잔뜩 지고 사는 짐승이 된다는 것은 결코 쉽거나 기분 좋은 일은 아닙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당나귀로의 이행을 거치는데 실패하거나 거부하는데, 이는 또 다른 어려움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한편, 요정들은 구두장이 부부가 옷과 신발을 주는 순간 사라져버립니다. 의복이란 앞서 C.G.Jung의 분석심리학 탐구에서 소개한 페르조나에 해당하는 것으로 사회적인 장식이자 관습적인 행동을 의미합니다. 요정들에게 옷을 줌으로써 구두장이는 상징적으로 그들을 사회화시키려고 한 것입니다.

독일에서 요정이란 이교도적 상징물입니다. 이는 그리스도교가 들어오기 전의 유물인 것입니다. 요정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고 떠난다는 것은 초기의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은 이교도들의 질서와, 새롭고 보다 절제되고 문명화된 그리스도 문명이 갈등을 일으킨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청소년 시절에서 성인 시기로 넘어가는 이행과정에 비유됩니다. 크리스마스와 옷이란 모두 사회화와 훈련을 상징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는 순간, 요정들은 자신들의 존재가 드러났다는 것을 알고 떠나갑니다. 성경에서도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먹고 나서 자신들의 존재를 의식하는 순간, 에덴에서 쫓겨나고 천국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과 비슷한 주제입니다. 이 두 주제를 통하여 자의식의 발달과 지식이 어린 시절의 마법을 깨버린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마법의 상실은 윤리적인 문제라기 보다는 발달 과정상의 문제로 이해해야 합니다. 젊음의 마법이 사라진 후에 오는 것이 바로 <일>입니다. 구두장이는 꼬마 요정의 마법을 잃어버렸지만 자기 자신의 기술과 훈련으로 이를 변형시킵니다. 구두장이의 일 또한 매우 상징적입니다.

구두란 매우 평범한 물건입니다. 우리는 구두라는 물건을 매우 당연하게 그저 있는 존재로 생각하고 때로는 더럽다고까지 여깁니다. 그러나 이들 안에는 가장 중요한 상징이 숨어 있습니다. 구두란 하나의 <기초> 같은 존재입니다. 이 땅에 발을 디디고 서기 위해 땅이라는 현실과 맞닿을 수 있도록 안전하게 보호해주는 기초입니다.

요정들이 떠나자마자 구두장이는 다시 일을 하게 됩니다. 그의 땀과 노력이 요정의 마법을 대치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중년의 이야기들은 뚜렷한 특징, 즉 젊은 시절의 마법을 잃어버리고 자신들의 땀과 노력으로 다시 일어서야 함을 일깨워 줍니다.

중년여성들은 비록 젊은 시절의 환상과 같은 마법의 힘은 잃어버렸을지라도 노동과 고통의 신성함을 깨달으면서,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현실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안전한 보호대를 만들어주는 부지런한 구두장이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 참고문헌 >
Allan B, Chinen(1992), Once Upon a Midlife.
이나미 역(1999), 인생으로의 두번째 여행, 황금가지. pp.2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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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옥연

    선생님 ~ 생각할 수 있는 글 발견하여 퍼갑니다. 지역의 중년여성들과 스토리텔링으로 집단할 때 사용하면 좋을것 같아서요

    13 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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