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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묵상 : 나는 누구인가 > 2016-0501
아래의 시는 나치에 항거하던 행동주의 신학자이자
시인인 디트리히 본회퍼(1906~1945.4)가
베를린 강제 수용소에서 숨을 거두기 전에 쓴 시입니다.
나는 누구인가 - 본회퍼 -
나는 누구인가.
그들이 종종 말하기를
내가 감방에서 걸어 나올 때
마치 왕이 자기의 성에서 걸어 나오듯
침착하고, 활기차고, 당당하다고들 한다.
나는 누구인가.
그들이 종종 말하기를
내가 간수에게 말을 건넬 때
마치 내게 명령하는 권한이라도 있는 듯
자유롭고, 다정하고, 분명하게 말한다고들 한다.
나는 누구인가.
그들이 또한 말하기를
내가 불행한 날들을 견디면서
마치 승리에 익숙한 자와 같이
평화롭고, 미소 지으며, 자연스럽다고 한다.
나는 정말 다른 이들이 말하는 그런 존재인가.
아니면
다만 나 자신이 알고 있는 자에 지나지 않는가.
새장에 갇힌 새처럼
불안하게 무언가를 갈망하다 병이 들고
손들이 나의 목을 조르고 있는 듯
숨이 가쁘게 몸부림치고,
빛깔과 꽃들과 새소리를 갈구하며
부드러운 말과 인간적인 친근함을 그리워하고
사소한 모욕에도 분노로 치를 떠는,
그리고 위대한 사건들을 간절히 고대하고
저 멀리 있는 친구들을 그리워하다 힘없이 슬퍼지고
기도하고 생각하고 글 쓰는 일에 지치고 텅 빈,
무기력하게 그 모든 것과 이별할 채비를 갖춘 그런 존재.
나는 누구인가.
이것인가, 저것인가.
오늘은 이런 인간이고 내일은 다른 인간인가.
아니면 동시에 둘 다인가.
타인 앞에서는 위선자이고,
자기 자신 앞에서는 경멸할 수밖에 없는 가련한 약자인가.
나는 누구인가.
이 고독한 물음이 나를 비웃는다.
하지만 내가 누구이든,
신은 안다.
내가 그의 것임을.
.............................................................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도,
겁을 내는 일도 없도록 하여라.
(요한 14,27)
< 강릉 경포호수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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