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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오늘의 묵상 : 입시울 > - 김병주 -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6.05.22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1261
내용

< 오늘의 묵상 : 입시울 > 2016-0521 


주님, 제 입에 파수꾼을 세우시고 
제 입술의 문을 지켜 주소서. 
(시편 141,3)

............................................................


자기의 발을 잊는다는 것은 
자기 신발이 꼭 맞기 때문이요,


자기의 허리를 잊는다는 것은 
허리띠가 꼭 맞기 때문이요,


앎에 옳고 그름을 잊는다는 것은 
마음이 항상 기쁘기 때문이다.


- 장자 달생편 -


............................................................


과거의 오늘 

<  넘어짐에 대하여  > 2013-0521


지난 주말 경포 호수 산책을 하는 도중에 또 넘어지는 사고가 났습니다. 

산책 초입로에 위치한 조류 전시장에서 경포 호수에 살고 있는 조류들의 사진들을 열심히 올려다보다가 

그만 나지막한 어린이용 나무 디딤대에 걸려 넘어진 것입니다.


지난 해 무지개 사진 찍을 때보다 더 심하게 엎어졌습니다. 

그 때는 허공의 무지개를 따라가다 넘어졌는데, 이번에는 높이 걸린 새들을 보다 넘어진 것이었습니다. 

둘 다 앞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허공을 바라보면서 게다가 옆으로 걷는 게걸음이 문제였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왜 이리 자주 넘어지는 건지. 무언가에 집중하면 눈 앞에 보이는 게 없나봅니다. 

앞으로 넘어지고, 옆으로 슬라이딩하고, 욕실에서 뒤로 꽈당하고...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고, 

빙판에 미끄러지고, 헛발 디디면서 계단 아래로 고꾸라지고 ㅎㅎㅎ


이번엔 왼쪽 다리가 나무상자에 걸리면서, 오른쪽 다리로 점프!!! 헛 다리 짚는 순간, 

왼쪽 이마를 바닥에 한 번 찍고, 뭉툭한 코가 시멘트 바닥을 스~~윽 긁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얼굴이 차가운 바닥에 착 달라붙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주먹코가 얼얼하면서 쓰라렸습니다.


다행히 코에 살이 많고 펑퍼짐하기에 망정이지 높고 뾰족했으면 아마도 코뼈가 부러질 뻔 했습니다. 

그 날 남편은 동해 무릉계곡으로 암벽등반을 떠나고 심심한 나머지 오후 산책을 나온 것이었는데... 

암벽운동 자세로 넘어졌으니 아마도 시멘트 바닥이 암벽으로 보였나 봅니다.


그래도 그렇지 지상에서 중심잡기가 이리 힘들어서야. 혹시 영아기 때 배밀이를 안 해서 그런가? 

배밀이도 안하고 기지도 않고 앉은뱅이처럼 엉덩이로 밀고 다니다 붙잡고 서서는 조심조심 바로 걸었다는

어머니 말씀이 귓가에 새롭습니다. 아무래도 걷기 불안이 있는 듯합니다.


잠시 신생아들 배밀이 자세로 엎드려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보니, 

옷은 뿌연 흙먼지와 지푸라기를 뒤집어썼고, 안경이랑 모자는 저만큼 날아갔고, 

오른쪽 정강이뼈는 까여서 살점이 떨어져 여기저기 피가 보이고, 왼쪽 발은 접질리면서 삔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목에 걸고 있던 무거운 카메라가 오른쪽으로 돌아가면서 제 등을 때렸는지 

옆구리가 욱신거렸지만

다행히 카메라는 이상이 없었습니다. 

카메라가 오른쪽으로 돌았기에 망정이지 왼쪽으로 돌았다면 


안경처럼 날아가다 그만 박살이 났을 것입니다. 휴~~~ 큰일 날 뻔했네!



젊어서는 마음이 중심을 못 잡고 때로 안과 밖의 유혹에 걸려 넘어지더니, 

이제 나이가 드니 몸이 중심을 잃으면서 여기저기 걸려 넘어지고 있습니다. 

수시로 실수하고 이리저리 넘어지는 저를 보면서 아직도 몸과 마음이 따로 놀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마음이 중심을 잃을 때는 교만에 걸려 넘어지고, 게으름에 걸려 넘어지고, 

사람에 걸려 넘어지고, 사건에 휘말려 넘어지면서 휘청거리곤 합니다. 중심을 좀 잡는가 싶었더니 

이제는 땅에 집중하지 않고 허공을 바라다보는 것이 문제인 거 같습니다. 자꾸 허상을 보는 마음입니다.


젊어서는 생각이 많아 마음보다 몸이 앞선 것이 문제였다면 

이제는 몸보다 마음이 앞서는 것이 문제입니다. 

마음이 몸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나 몸이 마음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나 

걸려 넘어지는 건 마찬가지이니 걸림돌이나 장애물을 탓할 일이 전혀 아닌 것이지요.


여기저기 욱신거리는 몸을 토닥거리며 “괜찮아! 괜찮아!”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먼지를 털털~~ 털며 전시장을 나왔습니다. 아픈데 그만 집으로 돌아갈까??? ... 

아니지!!! 그래도 또 언제 나올지 모르는데 조금만 참고 걸어보자! 그리고는 절뚝거리며 숲 속 길을 걸었습니다.


아픈 몸을 다독이면서 천천히 걸어가는데 자그마한 새들이 이 나무 저 나무로 날아다니며 

새들의 환호소리가 온 숲을 진동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새소리를 따라 새들을 쳐다보느라 또 다시 정신을 놓았었지요.

 ㅎㅎ 그러다가 지난번에 만났던 친구를 또 다시 만났습니다.


반가운 나머지 아픈 것도 잊은 채 이 친구와 함께 걸었습니다. 

친구가 한 발자국 걸으면 나도 한 발자국 옮기고, 잠시 머물러 쉬면 나도 함께 쉬고, 

또 다시 걸으면 나도 따라 걸으면서, 천천히~ 천천히~ 아주 천천히~ 

작은 냇가를 사이에 두고 그리 함께 걸으며 놀았습니다.


그런데 친구를 통해서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멀리서 보기에는 그저 한적한 곳에서 고고하게 노니는 <놀이>로 보였는데 

아주 가까이에서 지켜보니 생존이 걸린 <일>이었던 것입니다. 

작은 물고기를 잡기 위해 얼마나 집중을 하는지...


그건 희생양이 된 아주 작은 물고기도 마찬가지일겁니다. 

그 날 물고기들의 희생 제사를 통하여 새롭게 변모하는 친구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습니다. 

일련의 행동들이 마치 엄숙한 의례처럼 다가왔습니다. 

아마도 걷기 명상과 잡기 명상을 제대로 했나 봅니다. ㅎㅎㅎ


“그래! 조심조심 나처럼 천천히 집중해서 걸어 봐! 

혹시라도 미끄러져 물결이 일면 이 작은 고기들이 놀라 달아날지도 모르거든... 

비록 하찮은 먹이일지라도 마음을 다해서 정성껏 잡아야 해!”

 그날 저는 넘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제대로 걷는 법과 잡는 법을 배웠습니다.


1시간 이상을 온전히 마음으로 걸었습니다. 

아픈 것도 잊은 채 몸과 마음이 하나 되는 기분으로... 

게다가 영혼까지 깃털처럼 가벼워지는 느낌으로 말입니다. 

걸려 넘어진 후 고통과 상처 후에 주어지는 기쁨이 아마도 이런 건가 봅니다.


친구야~~~ 고맙다^^*


< 경포호수 습지에서 친구와 함께 2013-0517 늦은 오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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