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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무명(無名)의 신비 - 시몬 신부 -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6.12.27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1597
내용

다음은 몽고에서 선교활동을 하시는 살레시오 수도회 이호열 시몬 신부님이 12월 <몽골아이사랑 소식지>에 실으신 글입니다.


무명(無名)의 신비

주님! 어린 시절 엄마 등에 업혀 칭얼대던 그 시절이 생각납니다.

6.25동란이 일어나고 6년이 지난 후, 아직도 남아있는 전쟁의 상흔 속에 국민 모두 잘 살아 보기 위해 정신없던 그 시절 나는 태어났습니다.

홍역으로 죽는 줄만 알았던 아들이 사흘 만에 다시 깨어나 살아났고, 살면서 후렴처럼 하신 어머니 말씀 “난 너를 등에 업고 머리에는 말린 생선을 이고 100리길을 걸었다네”

아버지, 드시지 못하는 술, 친구손님 접대하기 위해 마신 막걸리 반 되, 38세에 급성 식중독으로, 내 나이 두 살 때 아버지 여의고, 31세에 과부된 여장부 어머니가 나를 키워 주셨다네....

엄마 등에 업혀 여기 저기 다녔던 지난날들, 등에 업혀 보았던 징검다리 아래 맑은 강물, 그 속에 작은 은빛 물고기들, 하늘의 맑은 하늘과 뭉게구름들, 먼 산에서 들려오는 산새 소리와 적막감, 가을걷이 끝난 논두렁에 서리 내린 새벽아침, 맑은 개울가에 잔잔한 안개와 살짝 얼은 살얼음의 모습을 내 마음 깊숙이 자리 잡게 하시고 가난한 가정에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거친 파도를 보고 자랄 수 있도록 바다와 해변을 주시어 이 세상 보다 더 큰 무엇이 있음을 알게 하셨으니..... (나의 아지트 마산 앞바다)


잠시라도 엄마 곁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애착심은 당신을 향한 열정으로 바꾸어 주셨으니....(무거운 어린 아들 데리고 다니기 힘든 엄마는 나를 신작로에 두고 가가호호 방문하셨고, 그때 나는 하루 종일 울고 있었음)

어린 나이부터 동네 하꼬방에 자리 잡은 교회에 초대해주시어 하느님 무서운 줄 알게 해 주시고, 작은 시골 교회 집사인 고성 큰 엄마(큰아버지는 내가 나기 전 돌아가셔서 본적이 없음)집 옆에 있는 그림 같은 대나무 숲속의 시골교회당과 종탑을 보며 내가 성장하도록 해 주셨으니......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누나가 운영하는 제과점을 오가며 보았던 성당, 마산 남성동 성당의 성모동굴 앞에 자매님들이 하얀 수건 쓰고 기도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내 마음 안에 간직하고 있는 터에 친구들이 권해 성당에 발을 들여 놓도록 이끌어 주셨으니.....

맨 위로는 누나, 10년 터울의 형님, 그리고 막내인 나.....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말 주변을 주시지 않았고, 남의 일에 관여할 만한 힘도 주시지 않았다. 다만 작은 일에 만족하고 아주 작은 일에 충실할 수 있도록 훈련 시키셨음을.....

장자의 ‘유용(有用)과 무용(無用)’을 보면,

장자(莊子)가 산길을 가다가 한 그루 큰 나무를 보았다. 그러나 벌목공은 이 가지와 잎이 무성한 나무를 두고 근처의 다른 나무들만 베고 있었다. 장자가 그 원인을 물으니 “그다지 쓸모가 없습니다.”라고 벌목공이 대답했다. 장자는 “이 나무는 용도가 없어 이렇게 세상에 태어난 수명을 다 누리고 있구나!”
학급에서 드러나거나 개구쟁이로 자라지 않도록 하셨고 키가 작아 늘 맨 앞자리에 앉게 하시고 늘 조용하게 선생님의 얼굴만 바라보고 침묵 속에 하느님의 계획을 이루어 가셨음을....

하오나 제 머리 속에 무슨 그리 상상이 많았는지 어린 시절은 주로 나의 현실이 아닌 상상 속에 머문 듯 하나이다.

주님! 자캐오처럼 작은 키를 주셔서 겸손함을 주셨고(고1때 전교에서 제일 작았음. 어느 정도 이었냐 하면 버스의 손잡이 링이 발끝을 들어야 만 닿을 수 있었음. 그 당시 키는 144센티미터, 초등학교 졸업사진에 형님과 찍은 사진을 보면 유치원 입학하는 학생처럼 보임) 지나고 보니 자라온 그 때 그때 선생님과 친구들이 천사처럼 나타나 바른 길로 가게 해 주셨고 별들이 동방박사를 인도하듯이 나를 주님에게로 인도하셨으니......

초등학교 6년 때부터 첫사랑을 알게 하시어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해 주시니 감사하나이다.

주님! 늘 엄마 어깨 너머로 배운 요리 실력과 대학시절 자취하면서 배운 요리 실력으로 아이들과 두 신부를 위해서 요리하고 있는 내 모습이 자랑스러워 보이고,
지금도 나에게 열정을 주시고,
나에게 집지을 수 있는 능력을 주시고,
나에게 책상을 만들 수 있는 재능을 주시고,
매일 아침 나에게 새로운 감동되는 일들을 주심에 감사하나이다.

이런 나는 나의 미래를 알지 못했나이다. 당신의 뜻을 알지 못했나이다. 여기까지 오도록 나를 준비시켜 주셨음을 나는 몰랐나이다. 나는 그저 주어진 내 삶을 받아 들였을 뿐입니다. 거부해 본 적이 별로 없나이다. 불평 보다는 한발 한발 내 디딜 힘을 주시니 감사하나이다. 그것이 나에게 이곳까지 오게 한 희망이었나이다. 일찍부터 쓸모를 생각지 않고 오랫동안 나를 준비시켰나이다.

교형 자매 형제 여러분!
지금 가정 형편이 어렵다고 느끼신다면
당신은 지금 곤란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당신은 다른 사람 보다 학벌이 보잘 것 없다고 아킬레스건을 잡고 있다면
키가 작다고 생각하신다면
자신의 얼굴이 못생겼다고 여겨지신다면
너무 늙었다고 생각하신다면
직장이 늘 불만스럽게 여겨진다면
늘 함께 사는 가족들 때문에 늘 불만족스러우면
삶을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아픈 것이 나쁜 것만이 아니라 나에게 주는 또 하나의 신호입니다.


성공과 실패, 행복과 불행, 발전과 퇴보, 주체성과 복종, 아름다움과 추함에 휘둘리지 않고 내가 내 마음의 주인이 되어 삶을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지금 내가 암에 걸려 한 달 밖에 살지 못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삶을 수시로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주님, 삶을 느끼게 해 주십시오!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이 의무가 아니라 귀찮음이 아니라 즐거움이 되게 해 주십시오. 운동장에 함께 뛰어 노는 것이 최고의 즐거움이 되게 해 주십시오. 치과에서 치료받는 동안 들려오는 기계소리가 나에게 고통의 도구가 아니라 나를 치료하는 기계로 그 순간을 느끼게 해주십시오. 가끔씩 하는 나의 요리가 아이들에게 잔치가 되게 해주시고 내가 포크레인에서 일하는 동안 아이들이 뛰어 놀 수 있는 운동장이 마련된다는 희망으로 즐겁게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사람들이 하찮은 것에 민감해 있기 보다는 오늘 하루를 뜨거운 감동으로 아갈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내일에 목숨을 걸고 살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참으로 중요함을 느끼게 해 주십시오.

우리는 미래는 모르나이다. 정말 모르나이다. 당신께서 준비하신 것임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나이다. 주님! 지금의 약함이 나중에 강함이요, 지금의 강함이 나중에 비참함 임을 당신을 통해서 압니다.

주님께서는 약함의 신비에 참여 하십니다. 하느님이 인간이 되시고, 인간이신 하느님은 자신을 내 놓으시어 십자가의 약함의 신비에 참여하십니다. 약함의 신비 속에 하느님의 지혜가 있었습니다. 약함 속에 나를 준비시키는 미래와 희망이 있었습니다.

2007년 다시 오시는 주님! 이글을 읽는 모든 이에게 복을 주시고 당신께서 인간 삶으로 내려오셨듯이 우리 모두 당신 약함의 신비에 참여하여 더 굳은 신앙인이 되기를 바라나이다. 기쁨을 생산하는 우리 형제자매들이 되게 해 주십시오. 삶을 즐기게 해 주십시오.

2007년 정해년(丁亥年) 600년 만에 한번 돌아오는 황금 돼지의 해라고 합니다. 하는 모든 일들이 잘 되기를 진정으로 바랍니다. 올 한 해 동안 형제자매님들의 정성어린 성금과 봉사로 가난한 몽골 아이들을 보살펴 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후원을 하실 분들을 위해 관리자가 알려드립니다.
후원 계좌: 국민은행 004402-04-033741 이호열
hoyeal@hanmail.net976-9118-8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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