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자료실
융(Jung)이 지향하는 정신치료의 궁극적 목표는 그 개인으로 하여금 전체가 되도록 하는 것즉, 전체 정신의 실현, 자기실현 혹은 개성화이다. 그것은 의식의 중심인 자아가 전체 정신의 중심인 자기(Self)에로 향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은 평탄치가 않다. 왜냐하면 자아는 의식의 성질상 한 방향으로만 발전해 가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식의 발전 방향에 맞지 않는 것은 의식에서 배제되어 무의식에 억압되며, 그림자라는 의식의 대자를 형성하게 된다.
자아가 발전과 개선과 더 ‘나은’ 미래를 목표로 매진하는 한 그림자는 생기기 마련이고 그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마찬가지로 남성과 여성에서 내적인격인 아니마, 아니무스가 무의식에 있게 되는 것 또한 필연적인 것이다. 왜냐하면 예외가 있지만 남성과 여성은 먼저 타고난 성의 역할을 따르게 되기 때문에 무의식에 이에 대응하는 내적인격이 형성될 조건을 가지게 된다.
심리적 대극은 형성될 뿐만 아니라 정신 자체가 양극성을 지니고 있다. 아니 인간을 둘러싼 세계, 우주와 자연은 모두 양극성을 지니고 있다. 무의식은 의식의 대자이며 집단적 무의식의 원형은 밝고 어두운 양면을 다 가지고 있다. 자기원형 또한 그림자를 가진다. 왜냐하면 전체정신을 포괄하기 때문이다.
대극은 대극이 지닌 감정가치의 강도에 따라 낙차를 형성하고 활발한 정신활동의 조건이 된다. 대극 갈등이 나쁜 것이 아니다. 살아있는 정신은 질서정연한 정체를 오래 참지 못한다. 그러나 대립된 양극은 궁극적으로 합쳐져야 하며, 그것이 또한 대극의 긴장과 갈등의 목적이다.
근원적 양극성이 조화로운 전체를 이루지 못하고 대립되는 한 가지 이유는 자아의식이 양극 중 하나를 고집하고 다른 것을 누르고자 하는 데 있다. 이것은 심할 경우 대극의 반전 – 정신적 에난치오드로미아 –을 불러들인다. 혹은 신경증적 해리를 일으킨다.
대극을 합리적인 방법으로 합칠 수는 없다. 합리성을 넘어선 보다 복합적인 콤플렉스를 매개자로 할 때 대극은 대극을 지양한 제 3의 위치에서 포괄된다. 이러한 대극합일의 기능을 융은 초월적 기능이라 불렀다. 그것은 곧 무의식의 기능이고 합리와 비합리를 융합하고, 무한한 의미를 잉태하고 있는 상징(Symbol)이다. 융 학파의 분석가들이 환자의 치료를 위해 꿈을 보는 목적이 바로 상징의 이해와 상징적 해석의 치료효과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융은 동서의 사상사에서 대극, 혹은 양극성에 관한 여러 선구자들의 견해를 섭렵하고 심리학적 입장에서 비판적으로 성찰한 바 있다. 특히 노자의 도 사상에 깊은 공감을 표명하였다. 대극 갈등에 바지지 않기 위해 전체 정신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도와 일치된 삶을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소개하고 있다.
인간의 정신에는 대극으로의 분리 경향 뿐 아니라 대극합일의 조건이 원초적으로 존재한다. 이것이 융의 가장 핵심적인 학설이다. 자기원형이 바로 무의식에 잇는 ‘전체를 만드는 자’, 근원적인 조절자이다. 그리고 그것은 여러 상징을 통해 우리에게 현시된다.
융의 대극론과 대극합일에 관한 학설은 어디까지나 개개인의 심리에서 발견된 것이지만 그의 학설로 현실정치나 사회상을 이해하는 것이 무의미한 일은 아닐 것이다. 마음 안에서 일어난 일은 밖에서도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궁극적인 대극 갈등의 해결은 집단이 아닌 개인 개인의 과제라는 것을 융은 항상 강조했다. 개인 개인의 진지한 자기 인식만이 사회의 성숙을 위한 확실한 길이다. 집단은 개인 개인이 개성을 발휘하고 자기인식을 잘 할 수 있도록 적절한 조건을 마련해주는 일을 할 뿐이다.
우리는 고개 그리스의 유명한 철학자 디오게네스의 이야기를 잘 알고 있다. 알렉산더 대왕이 한가로이 햇볕을 쪼이고 있는 이 유명한 철인을 만나러 왔다.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말하시오 하니 그가 말했다. 당신이 지금 해를 가리고 있으니 좀 비켜줄 수 없느냐고.
윗글은 2012년도 5월 12일 토요일 서울대학교병원 의생명 연구원 강당에서 열렸던 한국분석심리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한국 융 연구원 원장이신 이부영 교수님의 특강 내용을 요약 정리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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