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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상징적 의미
그리스어로 ‘펜타드(Pentad)’라 불리는 숫자 5는 ‘생명의 수’이자 소우주로서의 ‘인간의 수’입니다. 숫자 다섯(5)은 인간이 자신의 삶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동양에서 다섯(5)은 완전과 보편성을 상징합니다. 다섯은 모든 분류체계의 기본이 되고 한 주기의 기본을 나타내는 수로 이해하였습니다. 10을 전체 우주를 나타내는 대우주의 수라 하고, 다섯을 소우주로서 사람을 나타내는 수로 보았는데 5각형은 빛나는 소우주로서의 인간을 형상화한 도형입니다.
동양 문화의 뿌리가 되는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음양오행설 중에서 오행(五行)은 우주 사이에 쉬지 않고 운행하는 5개의 원기(元氣)로 금(金), 목(木), 수(水), 화(火), 토(土)가 변전해서 만물이 생성 소멸된다는 이론입니다. 오행설에서 다섯(5)은 동(東), 서(西), 남(南), 북(北) 넷의 기본 방위에 둘러싸인 중앙(中央)의 다섯 번째 점으로 하늘과 땅이 만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여기에서 각 오행을 다시 음양으로 나누면 모두 10개의 분류체계가 생깁니다. 동양에서는 이러한 원리를 대우주로서의 자연과 소우주로서의 인간에 적용하여 이해하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체계는 사람입니다. 예로부터 사람의 온몸을 머리와 사지(四肢)를 합쳐서 오체(五體)라고 했습니다. 다섯 손가락과 다섯 발가락, 다섯 가지 감각인 오감(五感)은 사람을 상징하는 숫자 5에 대한 생각을 확고히 해 줍니다. 또한 다섯은 여성의 상징인 짝수 2와 남성의 상징인 홀수 3을 합친 수로 이해하였습니다. 현대의 양성성 이론에서도 우리 안에는 여성성(2)과 남성성(3)이 모두 있으며 양성이 조화를 이룰 때 온전한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인간의 오장(五臟)은 간장, 비장, 신장, 폐장, 심장으로 분류되며, 감각기관을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의 다섯 가지로 분류하여 오감(五感)이라 하고, 시각의 분류 기준인 오색(五色)은 청(靑), 적(赤), 황(黃), 백(白), 흑(黑)이며, 청각의 분류 기준인 오음(五音)은 궁(宮), 상(商), 각(角), 치(徵), 우(羽)이고, 미각의 오미(五味)는 신맛, 단맛, 쓴맛, 매운맛, 짠맛으로 분류하였습니다.
그 밖에 오기(五氣), 오륜(五倫), 오경(五經), 오악(五嶽), 오성(五星), 오곡(五穀), 오복(五福), 오상(五常)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완전한 이상과 보편성을 다섯이라는 숫자로 나타냈습니다. 숫자상으로 5가 겹치는 단옷날은 태양이 가장 순수하고 그 빛이 왕성한 날로, 1년 중에서 양기(陽氣)가 가장 성한 때라고 합니다. 그래서 천중가절(天中佳節) 또는 천중절(天中節)이라고도 부릅니다.
유교(儒敎)에서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덕목을 오륜(五倫) 또는 오교(五敎)라고 합니다. 맹자(孟子)에는 부자유친(父子有親), 군신유의(君臣有義), 부부유별(夫婦有別), 장유유서(長幼有序), 붕우유신(朋友有信)의 다섯 가지 인륜(人倫)을 규정하고 있으며, 중용(中庸)에서는 이를 오달도(五達道)라고 합니다.
사람이 지녀야 할 다섯 가지 덕으로는 온화(溫和), 양순(良順), 공손(恭遜), 겸손(謙遜), 겸양(謙讓)을 들 수 있으며, 맹자는 세속에서 저지르는 다섯 가지 불효(不孝)에 대해 말합니다. 첫째, 사지(四肢)를 게을리 하여 부모를 돌보지 않는 것, 둘째, 장기와 바둑을 두고 음주(飮酒)를 즐겨 부모를 돌보지 않는 것, 셋째, 재물(財物)을 좋아하고 처자식한테만 삐져 부모를 돌보지 않는 것, 넷째, 눈과 귀의 욕구(慾求)를 만족시키느라 부모를 욕되게 하는 것, 다섯째, 만용(蠻勇)을 부려 툭하면 싸우고 성내어 부모를 위태롭게 하는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부처가 성도(成道)한 후 녹야원에서 다섯 수행자를 귀의시킨 다음, 아들 야사를 찾아 온 장자(長子)에게 오계(五戒)를 일러 주었다고 합니다. 오계는 첫째로 산목숨을 죽이지 마라, 둘째로 도둑질하지 마라, 셋째로 사악한 음행을 하지 마라, 넷째로 거짓말을 하지 마라, 다섯째로 술을 마시지 마라입니다. 또한 다섯 가지 수행을 오행(五行)이라고 하는데 이는 보시(布施), 지계(持戒) 인욕(忍辱), 정진(精進), 지관(止觀)입니다.
한편 서양의 피타고라스 학파에서는 5를 완전무결한 수로 숭배하면서 정오각형의 각 꼭지점을 연결하여 만든 팬타그램을 통해 우주의 조화를 인식하였다고 합니다. 오각형은 자신의 이미지를 끝없이 세세하게 반복하는데, 정오각형의 이러한 자기 증식의 원리는 황금비를 품고 있는 피보나치 수열에서 잘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를 나열해 보면 0, 1, 1, 2, 3, 5, 8, 13, 21, 34, 55, 89, 144, 233, 377...입니다.
0과 1, 곧 무(無,0)와 모나드(1)의 두 항으로 시작하는 이 수열은 앞의 두 항을 계속 더해감으로써 증식이 되는데, 무(無,0)에서 시작하여 무한 증식의 과정을 거치는 피보나치 수열의 원리를 인간의 삶에 적용할 경우, 실로 인간의 출생에서 죽음까지의 점진적인 발달의 과정과 Jung이 말하는 전 인격의 개성화 과정을 연상하게 합니다.
또한 모나드(1)의 점과 디아드(2)의 선과 트리아드(3)의 면과 테트라드(4)의 3차원 입체를 지나서 펜타드(5)는 생명의 도입 곧, 새로운 우주의 설계를 상징합니다. 팬타드는 조화와 아름다움의 비밀, 부분과 전체의 일치, 피보나치 수열, 황금분할, 그리고 나선형 구조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은하, 행성, 인체, 식물, 동물, 음악, 미술 등에서 발견되는 팬타드(5)의 자기증식의 원리는 참으로 우주의 섭리를 주관하시는 하느님의 지문이라 불릴 만합니다.
그 중에서도 팬타드(5)는 자연의 광범위한 기본 모형인 나선형으로 향하게 합니다. 나선형은 식물의 나이테, 우주의 은하수, 사람의 지문, 회오리바람, 수증기, 난류, 원소의 주기율표, 왓슨의 DNA 구조 등에 존재하며, 그 중심에 핵이라고 할 수 있는 ‘고요한 눈(eye)’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요한 눈은 모든 것의 균형을 이루는 무게중심으로, 이 눈이 없다면 성장과 소멸, 역동성과 조화와 생명도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한편, 이스라엘의 구약성경에서도 다섯이라는 수는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완전성을 상징하는 숫자 1과 숫자 10과 관련되기 때문입니다. 모세가 시나이 산에서 십계명을 받아 적은 것이 바로 구약의 시작인 모세오경(토라)입니다. 모세의 십계명 중 처음 다섯 계명은 천륜(天倫)의 계명이며 나머지 다섯 계명은 인륜(人倫)의 계명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린 다윗이 필리스티아인과 싸우러 나갈 때 개울가에서 돌맹이 다섯 개를 골라 메고(1사무 17,40) 나가 단 하나의 돌맹이로 골리앗을 물리쳤습니다(1사무 17,49-50).
신약성경 마르코 복음(6,38-42)에서는 예수님께서 다섯 개의 빵으로 오천 명을 살리신 유명한 이야기 오병이어의 기적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또한 마르코(25,1-13) 복음 혼인잔치 이야기에서는 신랑을 기다리는 다섯 명의 슬기로운 처녀와 다섯 명의 어리석은 처녀들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다섯 달란트를 종에게 맡기고 길을 떠난 주인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무엇보다도 십자가의 죽음에서 드러난 그리스도의 두 손과 두 발, 그리고 옆구리에 난 상처인 오상(五傷)은 사람의 아들이 지닌 영광의 흔적입니다.
성경에서 하느님께서는 회오리바람 속에서 예언자들에게 말씀하셨으며, 윌리엄 브레이크는 천국으로 향하는 야곱의 사다리를 변화하는 나선형으로 묘사했습니다. 사실 우리가 생물학적인 존재에서 영적인 존재로 나아가는 것은 하루아침에 가능한 것이 아니라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고 지상에서 천국으로 향하는 계단을 차근차근 오르는 노력과 겸손함이 요구됩니다.
우리 영혼의 깊은 내면에는 고요한 눈(eye)처럼 고요한 자기(Self)가 있어, 우리가 감정의 거센 파도(두려움과 분노, 욕망, 자기연민, 이기심 등)로 인해 하느님에게서 벗어났을 때 균형을 잃지 않게 도와줍니다. 중심에서 멀어지게 되면 더 많이 비틀거리면서 모두에게 유익이 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옵니다. 고요한 자기를 만난다는 것은 마음의 중심에 서는 것을 의미하며 중심을 잃지 않는 균형 잡힌 삶은 마음의 평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천지창조의 비밀을 극적으로 표현한 팬타드(5)를 통해 자신의 고요한 눈을 찾고 세상을 경이로운 마음으로 관조하면서 중심을 잃지 않으면서 살아갈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큰 축복이 없을 것입니다. 무한함 속에서 미소함을 보고, 미소함 속에서 광대함을 볼 수 있는 고요한 눈은 바로 하느님이 주신 은총의 선물입니다.
자연의 온갖 것들이 서로를 사랑하는 5월! 온갖 생명을 출산하는 자연의 사랑을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자연을 통해 속삭이시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시며, 그리고 생명의 말씀을 통해 다가오시는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이 회원님들께 풍성하시기를 기원합니다^^*
< 참고문헌 >
Michel Christiaens저, 장익 옮김(2002), 성서의 상징, 분도출판사.
Michel Feuillet저, 연숙진역(2004), 그리스도교 상징사전, 보누스.
명백훈(2006), 숫자 5 – 생명의 수 유한에서 무한으로! 경향잡지 5월호.
한국문화상징사전편찬위원회, 한국문화상징사전 2, 동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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