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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모성이 실조된 사회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9.04.30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3358
내용


최근 한국사회는 여성들의 경제활동과 이혼으로 인한 가족해체 현상이 맞물리면서 집단적인 모성실조로 심한 진통을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기적인 어머니들이 빚어내는 과잉된 교육열로 몸살을 앓는 한국에서 모성실조가 웬말인가 할 수도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빈곤감과 박탈감을 경험하는 문제 아동․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입니다.

지난 1991년 영육아 보육법이 제정되면서 0세부터 7세의 저소득층 맞벌이 가정의 아동들을 보육하기 위한 어린이집들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기저귀도 떼지 못한 2~3세의 유아들이 너무 어린 나이부터 어머니들을 떠나 집단생활을 하게 되었고, 누적된 스트레스로 인하여 다양한 문제를 나타내는 아동․청소년들이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과거 10년전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아동의 출현율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사회의 중요한 이슈가 되어 왔습니다. 초등학교 한 학급에 ADHD로 추정되는 아동들이 대략 20% 정도 된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주의산만하고 공격적인 아이들 중 ADHD로 진단받은 아동들은 7세 정도의 어린나이부터 집중력을 강화시키고 공격적인 충동을 조절하기 위해 약물을 복용하고 있습니다. 전문상담가로서 이러한 아동․청소년들을 상담하면서 느끼는 점은 시간이 흐를수록 문제 아동과 청소년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과거보다 청소년 비행과 범죄의 수준이 점점 흉폭화되어가고 있으며 집단화되고 연령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의 망국병인 인터넷 게임중독, 약물중독, 성폭력 범죄들은 성인에서 청소년 그리고 아동에 이르기까지 점차 연령 범위가 확산되어 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에 이르러서는 싸이코패스(psychopath)라는 정신장애가 새로운 사회문제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유영철이나 강호순 등 일명 싸이코패스라는 정신장애자들은 무분별하게 연속적인 살인을 저지르고도 양심의 가책을 전혀 느끼 않는 반사회적 성격장애자들입니다. 인터넷이나 학교에서 싸이코패스라는 용어가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으며, 국회의원들 중에서도 폭력성이 강하고 도덕성이 마비된 사람들에게 일명 싸이코패스라는 진단명을 붙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처럼 사회 전반에 걸쳐 도덕성이 파괴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집단적인 모성실조에 있다고 봅니다. 기르고 돌보고 양육하고 교육을 시키는 모성적 기능은 인간의 본능과 정서, 사고와 행동의 틀을 형성하도록 도와줍니다. 양심이란 선천적으로 형성되기도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양육자와의 관계를 통하여 반복해서 들으면서 내면화되고 각인된 행동원리이기도 합니다.

인간은 젖먹이 시기부터 어머니와의 정서적 교류를 통해 본능적인 충동과 감정, 사고와 행동을 조절하는 훈육을 받게 됩니다. 이 때 사랑과 자비와 용서에 기초하여 이루어지는 어머니의 정서적 훈육은 한 평생 개인의 내면에 핵심 메시지로 자리잡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가지 이유로 모성과의 정서적 교류가 단절된 아동․청소년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가정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방치된 그들이 집단적인 모성의 기능을 수행해야 할 학교로부터도 소외되고 있는 것입니다. 비행문화에 물들면서 반사회적인 비행 청소년으로 성장하는 아이들을 볼 때 안타깝고 염려가 됩니다.

우리가 흔히 모교(母校), 모국(母國)이라고 부르는 것은 학교와 국가가 집단적인 모성의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품 안에 있을 때는 잘 모르지만 학교나 국가를 떠나거나 잃어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어머니의 품을 그리워 하듯 그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인도의 위대한 사상가인 간디는 국가가 멸망의 길로 나아가게 되는 것을 염려하면서 멸망의 길로 나아가는 일곱 가지 조건을 들었습니다. 이는 원칙 없는 정치, 윤리 없는 경제, 노동 없는 자본, 인격 없는 교육, 인간성 없는 과학, 양심 없는 쾌락, 희생 없는 믿음입니다.

이 일곱 가지 조건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 교육, 종교 전반에 걸쳐 핵심적인 가치가 무엇인지를 잘 지적해 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새겨야 할 교훈은 삶의 원칙, 경제 윤리, 신성한 노동, 인격 교육, 인간의 존엄성, 도덕적 양심, 자발적인 희생의 가치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는 사회 전반에 걸쳐 원칙이 무너지고 윤리가 부재하며 노동을 기피하고 인격이 타락하면서 비인간화되고 비양심적이며 이기적인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개인과 가정, 학교를 비롯하여 정치, 경제, 종교 분야를 막론하고 총체적인 양상을 띠면서 멸망의 길로 내달리고 있는 것처럼 위태롭습니다.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한 개인이 자신의 삶의 원칙을 확립하고 도덕적인 양심을 바탕으로 노동과 헌신을 통하여 자아실현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은 교육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교육의 터전인 가정의 기능이 약화되면서 가족해체 현상이 늘고 있으며, 학교 역시 인간이라는 노동 상품의 제조 공장으로 변해가고 있는 현 교육제도 하에서는 올바른 양심과 가치관 교육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구제책으로 가치관의 혼란에 빠져 고통을 겪고 있는 개인들을 돕기 위하여 상담과 심리치료라는 학문분야가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삶의 원칙이 흔들리고 도덕성 교육이 부재한 현대사회에서 내담자들을 돕고자 나서고 있는 상담과 심리치료 역시 한계가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과거에는 이러한 역할을 성직자와 교사들이 담당하였습니다. 아쉬운 점은 종교와 교육 역시 상업화와 기업화되어가면서 점차적으로 성직자와 교사들이 자신들의 본래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교육계는 기초학력평가와 관련된 성적조작의 문제로 각 교육청과 학교교사들이 도덕성의 심판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가장 양심적이어야 할 교육계가 총체적인 구조조정을 요하고 있는 것입니다. 집단적 모성의 기능을 수행해야 할 교육 분야의 교사와 지도자들이 원칙적인 삶의 전형을 제시하지 못하고 모범을 보이지 않을 때, 불평등한 사회구조 안에서 소외되고 상처받은 약자들은 계속 늘어갈 것입니다.

건강한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교육의 힘을 통하여 개개인에게 삶의 원칙과 소중한 가치들이 전수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들을 비롯하여 무엇보다 교육자들 개개인의 의식이 늘 깨어 있어야 하며 끊임없는 양심성찰과 인격성의 회복을 통하여 자기 정화와 더불어 사회 정화에 헌신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집단적인 모성실조로 인하여 과거 10년 동안 유행처럼 번졌왔던 ADHD 아동들과 비행청소년들이 앞으로 싸이코패스 범죄자들로 낙인찍히지 않도록 예방적인 차원에서 그들을 보호하고 선도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서로 나누고 베풀고 돌보아주는 집단적 모성의 기능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곧 도덕성을 회복하는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김병주 <수필문학>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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