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료실
5. 정신분석 패러다임 : 자기심리학(self psychology)
인간의 마음의 반쪽은 자기애(narcissism) 즉, 리비도가 자기에게 집중되어 있는 반면, 다른 반쪽은 대상에게로 열려 있다. 앞서 언급한 대상관계이론가들의 주된 관심은 대상세계와 대상관계, 즉 대상에 관한 심상들과 대상표상들의 발달과 역동적인 변천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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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자기심리학을 창시한 Kohut은 인간 심리의 근본 동기를 건강하고 행복한 자기(self)가 되고 성숙한 자기로 성장 발달하려는 욕구라고 보았다. 나아가 자기애의 일부는 대상과 관련되지만, 자기(self)의 부분으로 경험되는 자기대상(selfobject)들이 있다고 보았다.
이드심리학에서 이드, 자아, 초자아가 담당하던 기능이 이제 Kohut의 자기심리학에서는 자기(self)가 담당하게 된다. 그러나 Kohut의 자기 개념은 단지 정신기능이나 정신의 내용물이 아니라, 본능적 에너지가 집중되어 있고 시간 안에서 지속성을 지니고 있는 정신 구조이다.
Kohut은 자기애적 성격의 특징, 자기애적 대상과 전이, 자기애적 분노, 그리고 그러한 현상에 대한 분석가의 반응과 역전이에 관하여 연구하였다. 이러한 그의 연구는 특히 성격장애(Personality Disorder)의 치료에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자기심리학에서는 모든 형태의 정신병리가 자기(self) 구조의 결손, 자기의 변형, 자기의 나약함 등에 기초를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자기의 이런 모든 결점들은 어린 시절 자기-자기대상 관계(self-selfobject relationships)의 장애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성장과정에서 최적의 좌절을 경험하기 보다는 아이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과도한 좌절을 경험한 사람들이다. 그 결과, 건강한 자기를 형성하지 못한 채 자기의 성장이 멈춰지거나 왜곡된 상태가 된 것이다.
그러므로 분석가는 어릴 적 방해받은 성장이 다시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며, 환자가 건강한 자기-자기대상(self-selfobject) 관계를 새롭게 경험하도록 도와야 한다.
Kohut에 의하면, 자기애적 욕구에 대해 적절하게 반응해 줄 수 있는 세 가지 유형의 자기대상이 필요하다. 이는 거울 자기대상(mirroring selfobject), 이상화 자기대상(idealized selfobject), 그리고 쌍둥이 자기대상(twinship selfobject)이다.
자기에 흠이 생긴 환자는 분석상황에서 자기대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하여 분석가에게 자기대상 전이(selfobject transferences)를 하게 되며, 분석가가 자기대상으로서 적절하게 반응해 줄 때, 과거에 방해받았던 발달과정을 다시 활성화하고 건강한 자기를 형성하게 된다.
마치 Winnicott이 환자가 자신의 어린 시절에 상실되었던 환경적 특성을 분석상황에서 만들어내려 한다고 보았듯이, Kohut도 환자는 어린 시절 중단되었던 자기의 발달과정을 분석상황에서 다시 활성화시키려 한다고 생각하였다.
환자의 증상적 행동은 분명히 부정적 요소를 가지고 있고 또 심한 자기애적 분노를 표현하지만, 조각나거나 우울해진 자기를 회복시키려는 시도로 이해되며 건강한 면을 포함하고 있다고 본다. 이것은 증상을 미해결된 갈등의 상징적 만족으로 보는 전통적 견해와는 다른 것이다.
자기심리학에서는 공격성이나 일시적 화(anger)를 분노(rage)와 구별한다. 공격성이나 화는 정상적인 삶의 한 단면으로 보는 반면, 분노는 자기대상 결핍의 분해 산물로 본다. 공격성은 자기대상이 아닌 일반 대상, 즉 자기와는 별 상관이 없다고 생각되는 대상에 대한 감정이다.
구체적으로 공격성이나 화는 욕구가 충족되거나 목표가 달성되면 사라진다. 그러나 만일 자기애가 손상을 받게 되면 그 심적 고통은 꽤 오래 지속된다. 나아가 자기애적 분노는 자기대상과의 연결이 끊어진 것에 대하여 보복하고, 자기애적 모욕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게 만든다.
그런 자기애적 분노는 자기대상과의 연결이 복원되거나 모욕적인 사건이 종결되었다고 해도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그는 어떻게 하든 좌절의 근원을 파괴시키려 들며, 그런 시도가 결과적으로 타인이나 자신에게 큰 해를 입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따라서 치료자는 환자의 무의식적 갈등이나 거부된 소망보다는, 중요한 자기대상과의 연결이 끊어질 위험에 처했거나 자기애적 공격에 의하여 상처를 받았을 때, 어떻게 자기의 생동감을 유지하면서 자기의 응집성과 통합된 자기감을 회복하느냐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또한 분석상황에서 해석(interpretation)은 자기대상이 붕괴될 것 같은 불안(disintegration anxiety)과 자기애적 모욕의 본질, 그럴 때 자기가 경험하는 것, 야기되는 자기애적 분노, 환자가 위협받는 자기를 회복시키기 위하여 취하는 행동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자기심리학에서는 환자의 행동을 대상과 본능적 욕동 사이의 갈등의 상징적 만족이라고 해석하지 않고, 심리적 죽음과 같은 붕괴불안과 참을 수 없는 자기애적 분노나 무력감을 줄임으로써 손상된 자기의 회복과 자기 생동감을 회복시키려는 시도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 때 치료자는 좋은 자기대상(selfobject)으로서 기능을 하게 된다. Kohut(1984)은 치료자가 좋은 자기대상이 되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자세는 공감(empathy)이라고 보았으며, 공감의 기원을 바로 초기 어머니 관계에서 찾았다.
이렇듯 치료자의 공감적 반응을 통해 환자의 자기가 보다 응집되고 견고해지면, 환자는 이제 비로소 자신의 괴로웠던 감정들을 탐색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지금 경험하고 있는 취약성이 어린 시절 경험해야 했던 자기대상 경험의 결핍 때문이라는 것을 알기 시작한다.
파편화되었거나 단절되었던 자기대상이 치료자와의 관계 속에서 새롭게 연결되는 것은 자기를 조절하고 위로할 수 있는 새로운 정신 구조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다. Kohut에 따르면 이러한 정신구조는 변형적 내면화 과정을 통하여 형성된다.
변형적 내면화(transmuting internalization)란 ‘과장된 자기’와 '이상화된 부모상’을 특징으로 하는 고태적(archaic) 자기구조가 자기-자기대상 모체(self-selfobject matrix) 안에서 좀 더 성숙한 배열을 하게 되는 과정으로, 치료자와의 관계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
환자는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자기애적 상태의 열정과 생명력의 핵심을 회복하고 유지하면서 보다 안정되고 탄력성 있는 자기를 재구성해 나가게 된다. Kohut은 치료자라는 좋은 자기대상과의 관계에서 환자의 자기가 어떻게 회복되고 성장하는가를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다.
치료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기애적 전이의 임상적 기술적 문제에 대해서는 또 다른 장을 마련하기로 하고, 다음 편에서는 마지막으로 상호주관성이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출처 :
손진욱(2007). 자기심리학 입문. 논문 요약
최영민(2008). 상호주관성 –정신분석 패러다임의 변화- 논문 요약
< 참고문헌 >
최영민(2011). 쉽게 쓴 자기심리학. 학지사.
Kohut, H.(1971). The Analsis of the Self. Internatinal Universities Press, Inc.
이재훈 역(1999). 자기의 분석. 한국심리치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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