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료실
1. 정신분석 패러다임의 변화 : 최영민 (2008년 논문 중에서)
Freud에 의해 창시된 정신분석은 이드심리학(id psychology), 자아심리학(ego psychology), 대상관계이론(object relations theory), 자기심리학(self psychology) 등으로 꾸준히 그 이론이 확대되거나 수정 발전되어 왔다.
1980년대 중반 이후, 본래 철학적 개념이었던 상호주관성(intersubjectivity)이 도입되면서, 정신분석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현대정신분석학은 일치된 하나의 사상이라기보다 많은 다른 이론들과 지식들이 정교하고 복잡한 관계 속에 공존하면서 진화해 온 집합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대정신분석의 진화는 어디를 향하는 것인가?
프로이드는 다윈의 진화론을 접하면서 그 시대까지 익히 알고 있던 신학적인 인간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인간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서구 기독교에서 바라보는 인간의 모습은 ‘하나님의 형상’이다. 하나님이 만물을 창조하였는데, 식물이나 동물과 같은 다른 피조물은 하나님의 흔적(vestigia Dei)으로 존재하지만, 인간은 피조물임에도 불구하고 창조주의 형상인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Hoekema 1990).
그리고 인간은 스스로 자기경험과 행동을 결정하고 책임질 수 있는 주체적 존재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Freud는 인간 행동의 근원적인 동기가 유아적 성과 공격성 즉 원초적 본능으로,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전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였다. 뿐만 아니라 의식하는 것은 단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고, 사람은 무의식적인 힘에 의해 꼭두각시처럼 움직인다고 주장했다.
어느 날 갑자기, 프로이드에 의하여 인간은‘신의 형상’에서 튕겨나가 정반대쪽인 ‘동물과 다름없는 존재’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후 정신분석은 스스로 발달 진화해 오면서, 인간을 욕동을 추구하는 존재(이드심리학)에서, 관계를 추구하는 존재로(대상관계이론), 또 참 자기를 추구하는 존재로(자기 심리학), 그리고 인간관계 속에서 주관적 실체로서 자기와 대상을 느끼고 상호관계를 맺는 존재로(상호주체성 이론), 그 이해의 폭을 넓혀 왔다.
점차 다시 동물적 인간이란 위치로부터 떨어져 꼭 종교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동물적 모습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인간의 위치를 조금씩 재정립해 온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향후 정신분석은 인간을 신학적인 극단이나 동물적인 극단이 아닌, 그런 요소들이 통합된‘ 인간의 진정한 모습’을 찾고 이해하려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상호주관성(intersubjectivity) 이론은 정신분석의 이러한 흐름 속에서 비교적 새로운 개념이고 아직도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인 영역이다.
앞으로“relational”, “self-psychological”, “interpersonal”, “interactive” 등의 개념과 어떻게 중복되고 어떤 차이를 갖는지 등이 규명되어야 할 것이다 (Levine과 Friedman 2000).
무엇보다 모든 이론이 그러하듯 상호주관성이론 또한 실제 분석상황에 적용될 때 많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분석상황에서 분석가의 공동 창조(co-creation)가 강조되고 있기 때문에, 항상“wild analysis”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분석 과정에서 분석가의 공동 참여는 그동안 가장 소홀히 다뤄졌던 분석의 차원을 보완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진정한 모습’이 무엇인가에 대해 이미 주어진 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정신분석이나 다른 여러 학문이 그래왔듯이 단지 끊임없는 인간 본성과 존재 자체에 대한 추구를 통하여 점진적으로 이해의 폭을 넓혀갈 수 있을 뿐이다.
상호주체성 이론은 기존의 분석이론들을 더욱 확장하고 풍요롭게 하는 초-이론(Meta-theory)으로서, ‘인간의 진정한 모습’을 이해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틀을 제공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세한 내용은 앞으로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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