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료실
3. 정신분석 패러다임 : 이드심리학과 자아심리학
Freud의 초기 정신분석 체계인 이드심리학(id psychology)은 무의식(unconsciousness), 욕동이론(libido theory), 전이(transference)와 저항(resistance)이라는 세 가지 개념적 토대 위에 세워졌다고 말할 수 있다(Fine 1988).
먼저 무의식은 주로 개인에게 용납되지 않아 억압된 유아기 성욕(infantile sexuality)의 잔재를 다루게 된다. 개인은 무의식 속에 억압되어 있는 엄청난 비이성적인 충동에 의해 동기화되지만, 그 자신은 그것을 깨달을 수 없고 충분히 조절할 수도 없다.
결국 이런 상태에서 환자는 분석 치료를 받으러 온다. 그러나 실제 생활에서 그런 욕동들이 의식되지 못하게 억압되었듯이, 분석 상황에서도 이런 욕동들이 밝혀지는 것에 대하여 무의식적으로 저항하게 된다. 특히 그러한 생각들이 분석가에게 전이될 때 더욱 저항하게 된다.
따라서 의식 수준의 이성적인 치료는 실패할 수밖에 없고, 분석가는 이러한 저항과 전이를 분석함으로써 무의식의 병리적인 측면을 밝혀야 한다. 치료자는 억압된 무의식의 기억과 감정들 그리고 그런 것들을 거부하고 억압하는 사고와 감정들을 동시에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정신분석의 모든 초점은 환자의 무의식 즉 심층심리가 되며, 분석과정에서 치료자는 환자의 심층심리가 투사되는 단지 텅 빈 스크린의 역할을 해야만 한다. 나아가 치료자는 환자의 자아가 자유연상을 통하여 의식적 갈등을 이해하는 데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드심리학적 패러다임에 결정적 타격을 가한 것은 다름 아닌 Freud 자신이었다. 그는 1923년에 <The Ego and the Id>를 출간하였는데, 이 책 이후 자아심리학이 실제적으로 시작된 셈이고, 지형학적 이론으로부터 구조적 이론으로 이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
Anna Freud(1936)는 그녀의 아버지인 Freud가 1923년에 확립한 구조모델을 더욱 깊이 있게 연구하여 자아의 다양한 방어 전략들인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하였다.
Anna Freud에 의하면, 분석가는 환자가 더 이상 자유연상을 하지 못하는 지점을 찾아 그 밑바닥에 깔린 원본능(id)의 내용을 해석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런 연상들을 억압하고 혹은 왜곡하거나 절충하는 방어 작용(자아의 무의식적인 기능)을 이해해야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분석의 초점이 이드(id) 욕동이 아닌 자아의 무의식적인 활동, 즉 방어(defense)에 맞추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다른 자아심리학자들은 자아의 방어기능에 초점을 두었을 뿐 아니라, 보다 폭 넓은 또 다른 자아의 기능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Hartmann은 자아심리학의 아버지로 부를 만큼 자아의 개념을 확장하였다(Mitchell과 Black 1995). Hartmann 이전까지 자아 기능(ego function)은 궁극적으로 정신적 갈등(conflict)을 다루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그러나 Hartmann(1939)은 갈등과 무관한 자아 기능들이 본래부터 존재하며, 환경 적응이라는 광범위한 자아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자아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분석가-피분석자 관계에 새로운 변화를 가능하게 하였다.
자아심리학자들은 피분석자가 자기를 관찰하고 성찰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현실감을 유지할 수 있는 힘과 같은 자아의 광범위한 능력을 갖고 있음을 인식하게 되었다. 즉 갈등을 다루는 능력뿐 아니라, 분석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피분석자에게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전이가 형성된 경우, 환자는 자신의 과거 해결되지 못한 욕동과 갈등을 치료자에게 투사하여 치료자를 자신의 과거 부모처럼 경험한다. 이때, 환자의 경험자아(experiencing ego)는 치료자를 실제 부모처럼 경험하지만, 동시에 환자의 관찰자아(observing ego)는 치료자가 자신의 실제 부모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자아심리학자들은 이러한 환자의 자아 능력이 분석과정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아가 환자가 자신의 무의식적인 갈등을 드러내고 재현하는 분석과정에서 분석가와 치료적 동맹자의 역할을 할 수 있음도 알게 되었다.
그 결과 환자가 궁극적으로“작업동맹(working alliance)”이라고 부를 수 있는 관계 즉 분석가와 환자가 함께 분석 작업을 공유하는 관계에 들어오도록 하는 기법이 개발되었다. 의미의 차이가 있지만, Zetzel(1958)은 therapeutic alliance라 하였고, Greenson(1965)은 working alliance라 하였다.
이제 자아심리학자들에게 있어서 정신분석이란 여전히 무의식을 의식화시키는 것으로 보기는 하였지만, 그 과정은 저항과 같이 분석가와 피분석자 두 사람 사이의 힘겨루기가 아니라 동맹자로서의 협력관계로 인식되게 되었다.
한편, 북미의 자아심리학자들은 분석과정에 또 다른 중요한 변화를 가져 왔다. Spitz(1965), Mahler(1975), Jacobson(1964) 등의 발달주의자들은 초기 유아와 어머니의 상호관계가 심리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중점적으로 연구하였다.
그들은 한 사람의 정신 구조가 사람 사이의 동맹관계 속에서 공고해진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서 환자와 분석가 사이의 협력적 치료관계에 초기 유아-어머니 관계의 발달적 상호작용을 부활시키려고 시도하였다.
분리-개별화 이론으로 유명한 Mahler는 치료경험 자체를 잠재적으로 교정적이고 공생적인 경험으로 보았다. 또한 Jacobson은 정확한 해석이나 분석가의 말의 내용이 치료적 힘을 갖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 공감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강조하였다.
자아심리학 패러다임을 통하여, 이제 분석과정은 환자와 분석가가 함께 협력해야할 치료동맹일 뿐 아니라, 그 자체로서 성장경험으로 이해되게 되었다. 즉 유사부모(quasi-parent) 역할을 하는 치료자와의 관계가 초기 발달 경험을 재구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고 인식하게 된 것이다.
출처 : 최영민(2008). 상호주관성 –정신분석 패러다임의 변화-
다음 편에서는 대상관계이론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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